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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시적 아부지를 따라 조그나만 식당에 들어간 적이 있는데, 정체모를 날고기를 소금이 든 참기름에 묻혀 소주 한잔하시곤 했다. 벌건 날고기 뿐만 아니라, 징그럽게 생긴 회색빛의 고무같이 생긴 넘도 같이 드셨던 것 같다. 아, 그게 바로 육회... 소고기는 덜 익혀 먹어도 된다고 한다지만, 회로 먹을 줄은 사실 어린 시절 이해하기 힘든 식문화였다. 아부지 드시는 것만 구경을 했지, 나는 나이를 먹고나서도 기회가 없었거니와 '회'라고 하면 생선회밖에 몰랐기 때문에 슬~ '육회'라는 먹거리는 내 머리속에서 그 자취가 엹어지고 있었다.

그리다 올해 겨울에 일본의 사이죠(西条)에서 말고기 사시미를 먹어본 적이 있는데... 그때의 처절함이란... -_-; 일부로 주문해놓고 내 앞 좌석에서 '요놈이 먹나 안먹나~'라며 벼르고 있던 일본인 친구인 노부의 눈빛에, 결국 한조각을 먹어야만 했는데... 와, 그때의 찜찜함과 느끼함은 지금 생각해도 아찔하기만 하다. 암튼 그때의 추억때문인지 내 인생에 날거로 먹는 음식은 오로지 생선회밖에 없다는 생각이 더욱 굳어졌다.

그러나... 흠흠. 올해 날씨가 풀리면서부터 야구장을 간간히 가기 시작했는데, 언젠가 한번 오래된 붕우 韓군과 朴군과 함께 사직을 찾았고, 야구장에서의 흥을 잇기 위해 韓군이 사는 동네인 양정으로 가서 2차를 갔다. 어디로 갈까... 하다가, 평소에 지나다가 힐끗힐끗 쳐다보기만 했던 육회집을 선택, 무작정 들어갔다. 분명히 육회 전문점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지만, 바깥에서 보기에 실내 분위기가 소주 한잔 간단하고 기분좋게 걸치고 일어설 수 있는... 그래서 그 집을 택했던 것이었다. (당시에 그닥 땡기는 안주거리도 없기도 했고.)

그젠가... 몇일동안 곯머리를 쌓고 있던 문제의 반 정도를 해결하고 나서 30시간 넘게 잠자리에 들지 못한 상태를 감안해봤을 때, 집에 그냥 돌아가봤자 퍼질러 잠만 잘 것 같아서, 韓군과 약속을 잡고 간만에 조촐허이 회포를 풀었다. 뭐, 원래 친구라는 것이 사는데 생기는 사소한 문제를 심각하게 토론, 토의, 논쟁까지 하지 않는가. 그래서 기분이다~ 싶어서 그 집에서 가장 비싼 안주를 시키기로 했다. 그 집의 육회 안주 종류는 내가 기억하기로 5개 정도가 되는데... 가장 비싼 것은 25,000원 정도, 가장 싼 것은 19,000원 정도였다. (정말 나 같은 하층민에게는 부담스러운 가격. 그러나 당연히 韓군의 奢り.-_-v) 그런데 친절한 가게 사장께서는 가장 비싼 아롱사태를 그냥 사태로 알아들으시더니만, 결국 21,900원짜리 사태 육회를 내놓았다. (나중에 서비스조로 아롱사태 두조각을 서비스로 먹긴 했는데, 차라리 사태가 났겠더니만.)

육회가 그리 달가운 먹거리는 아니었다. 근데, 이상하게 나는 인생에서 알콜을 접하면서부터는... 알콜과 함께라면 개고기외엔 뭐든 먹게 되더란 말씀이지. 처음 씹을 때 턱이 지리리~한 느낌이 있어 찝찝하긴 했지만, 그래도 우리의 '한우(韓牛)'라는 증명서도 붙어있는 가게인만큼, 진수성찬인 술상은 아니었지만, 그래도 조촐하게 소주 두어병 정도 같이 까고 나갈 수 있을 정도는 되었다. 사실 둘이니까 그나마 낫지, 4명 이상이 그 집에가면 안주값으로만 4,5만원 나가겠더니만. 소고기는 확실히 고단백이며, 또한 먹고나면 뱃속의 허기를 오랫동안 억제(?)해주는 역할이 분명히 돼지고기나 닭고기보단 낫다. 그런데 이상하게 육회는 먹으면 먹을수록 뱃속이 더 비어지는 듯한 느낌을 받을 수 밖에 없으니... -_-; 우짜등가 잘 먹었습니다.~

상호명은 보시다싶이 '무한육회'.


이 가게의 위치는 양정 대원 칸타빌 아파트 바로 맞은 편에 있다. 깔끔한 분위기와 롯데에 죽고사는 친절봉사 사장님이 직접 서빙을 한다. 42인치 벽걸이 TV도 있고, 좌석이 그리 많은 편이 아닌지라, 속닥허이 롯데 야구경기보면서 소주 한잔하기엔 안성 맞춤. 단, 롯데 야구 볼려면 다섯달은 더 기다려야 되는구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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찌깨다시로 나오는 천엽과 간.

찌깨다시 II 샐러드.

C1, 시원소주는 대한민국 최고의 소주다.-_-v

처음엔 소금통으로 알았건만,

알고보면 재떨이다.-_-;

왼쪽부터 매콤소스, 간장소스, 참기름+소금 소스(?).

사태 육회. 이걸 그냥 구워먹으면 정말 몇조각 되지 않겠지?-_-;


Posted by wurif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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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삭제

    한우의 참맛! 육사시미를 아십니까?

    2008/10/17 21:43 | Tracked from 마음의 안정을 찾기 위하여

    소고기는 비싸다라는 인식때문에 거의 먹지 않았었다.게다가 고기를 날로 먹는다는 생각은 전혀 해보지도 못했었다. 몇년전까지는........그러다 장인어른이 어느날 충북 내수읍에 있는 장에 가셔서 소고기를 사오셨는데, 도마위에 소고기를 척~ 올려놓으시더니, 생선 회 썰듯이 썰어서 접시에 담고는 참기름을 부은 소금에 찍어서 드시는 것이었다.(위의 사진이 장인어른께서 썰어주신 모양은 아니지만, 뭐 저런 식이었다.) - 먹어본 사람은 알리라, 저 사진만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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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8/10/17 19:59

    제가 아주 어렸을 때 할아버지께서 술안주로 천엽을 자주 드셨는데, 그 땐 그게 왜 그렇게 먹고 싶었을까요. ^^

    • 2008/10/17 20:05

      천엽은... 아~ 정말 잘 못 먹겠더군요.-_-; 육회 매니아는 경제적으로 또 비위적으로도 못될 듯 합니다.-_-; 저도 육회 먹으면서 소시적 아부지 생각이 많이 나더군요. 몸에 좋다고 팍팍 드시던데, 전 아무것도 못 먹고 손가락만 빨고 있었지요. ㅋ

      방문 감사드립니돠~

  2. 2008/10/17 21:46

    육회와 육사시미는 엄연히 다릅니다. 육회는 생고기를 채를 썰듯이 하여 배와 양념을 버무려 내어놓는 요리가 육회이고, 육사시미는 말 그대로 생고기 그대로의 맛을 느낄수 있는 요리이지요.

    육사시미에 맛들이면 육회는 거들떠도 안보게될정도로 맛이 좋지요. ^^

    예전에 육사시미에 관련된 포스팅을 한적이 있는데 트랙백 겁니다.

    • 2008/10/18 13:27

      전 그냥 날걸로 된 소고기는 육회로 알고 있었습니다. 물론 천엽이나 간도 마찬가지구염. 고기 살코기 부위를 따로 빼놓은건 육사시미라고 부르는 모양이군염. 근데, 그 사시미라는 일본어나-_- 회라는 말이나 결국은 같은 의미 아닌가염?-_-;;;

      트랙백 감사드립니다.~

  3. 2008/10/18 01:11

    저건 육사시미 같은데요 생고기... 얇게 썰어서 찍어 먹으면 정말 환상이죠. 고기도 육회보다 더 신선해야 하고... 육회는 위에 그리움님 말씀대로 양념해서 나오는건데 물론 없어서 못 먹습니다. 육사시미는 잘 못 먹었지만 육회는 엄마가 어려서부터 자주 해주셔서 너무 좋아하는 음식입니다. 군침 도네요.

    • 2008/10/18 13:28

      저 가게에서 육회도 먹어봤는데, 저 역시도 님들이 말씀하신 육사시미보다는 양념 육회가 더 맞더군요. 담부턴 그냥 양념육회만 계속 먹을까 싶습니다.

  4. 2008/10/18 14:27

    으악~~ 예전에 엄마 드시는 거 보고 기절할 뻔 했는데..
    회사생활할 때는 독문학 전공하고 독일서도 살다 왔다는 세련된 여선배가
    생간이며 천엽인지 먼지 꾹꾹 찍어먹는 거 보고 정말...-_-;;;;

    근데 날고기 먹으면 촌충 생기는 거 아닌가요?

    • 2008/10/18 16:50

      한국사람 입맛에 맞기 때문에 이런저런 생활환경에도 불구하고 잘 드시는거 아니겠습니까. ㅋ

      글고보니, 올해 기생충약을 안 먹었군염.-_-v

  5. 2009/10/01 10:41

    여기 완전 서비스 꽝입니다...
    예약받아 놓고 가 보니 아예 자리라고는 없고..

    정말 실망입니다...
    에혀...요즘 그 정도 맛있는 집 천지입니다..
    이러지 맙시다!!!

    • 2009/10/01 11:03

      글쎄요, 제가 들락날락했을 당시에는 그리 인지도가 있는 집은 아니었거든요. 그래서인지 나름 서비스나, 사장님의 대우가 괜찮았던 것 같습니다. 여느 가게에서 일어날 수 있는 문제이지만, 이래저래 정신없이 장사가 잘되고나면, 허점들이 하나둘씩 생기기 마련이지요.

      제가 아는 어느 집들은 장사가 잘되서 확장을 했는데, 그 이후부터는 손님들 발길이 뚝 끊어진 집들도 적지 않더군요.

      이 집은 글쎄요, 사장님 인상은 참 좋았던 걸로 기억합니다.